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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헝클어진 조세제도, 소득재분배 효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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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헝클어진 조세제도, 소득재분배 효과 없다

입력
2014.11.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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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에서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어제 발표한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 조세와 이전지출 등 정책수단에 의한 소득재분배 개선 비율은 9.17%로 OECD 32개국 가운데 31위에 머물렀다. OECD 평균인 34.23%와도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인상과 저소득층에 대한 비과세ㆍ공제 제도를 확대해 최종 소득격차를 줄여나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세전 지니계수와 세후 지니계수의 차이로 나타낸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숫자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포가 평등함을 보인다. 입법조사처의 조사에서 한국의 세전 지니계수는 0.34, 세후 지니계수는 0.31로 둘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세전 0.59에서 세후 0.33으로 크게 개선된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세전 0.49에서 세후 0.34로 개선된 일본과도 대조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고소득층의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실상은 한국의 조세부담율과 국민부담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같은 보고서의 지적으로도 뒷받침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높아졌지만, 아직 OECD 평균과 비교하면 낮다. 1999년 19.5%이던 국민부담률은 2012년 26.8%로 늘었다. 조세부담률은 1990년 17.5%에서 2007년 21.0%로 높아졌으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약간 낮아져 2012년 20.2% 수준이다. 2011년 각각 34.1%, 25.0%인 OECD 평균보다 많이 낮다. 이는 세금은 물론이고 국민의 피부감각으로는 세금과 다름없는 사회보장기여금을 늘릴 여지가 충분함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오랫동안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재정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회 예산정책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세수 부족이 10조 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0조원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언급도 부인보다는 시인에 가깝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가 지갑을 닫을 수는 없는 것”이라면, 나라가 돈이 없어 재정 집행이 불가능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까지 울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한사코 증세를 외면해 온 정부의 고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가 분명해진다. 국가 전체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보편적 증세와 함께 최종 소득불평등이나 양극화의 심화를 차단하기 위한 이른바 ‘부자 증세’를 서둘러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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